섬 사람들이 그에게 원하는 것
스스로가 원하는 것
그리고 원해서는 안 되는 것
그 가운데 서서 어떤 것도 택할 수 없는 자신
원치않아 달아난 것이라면,
이번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.
- 룬의 아이들 윈터러
아름다운 것은 저렇게 쉽사리 부서져선 안 돼.
저렇게 쉽게 부서져 버릴 것을... 아름답게 만들어선 안돼.
- 룬의 아이들 윈터러
난 당신이 남겨두고 온 것을 알아.
자줏빛 비단으로 싸서 두고 온 것을 알아.
곡괭이로 깊이 파고 묻은 것을 알아.
누구도 꺼낼 수 없기를 바라는 것을 알아.
마침내 비밀이 썩어 거름이 되고 흙으로 변해 나무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
열매가 맺혔을 때 당신의 것은 아니지.
열매에 독이 있대도 당신의 탓은 아니지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내게 긴 편지가 있어
그대에게 부치지 못하고
이때껏 가슴 한 편에 두었다가
오늘에야 날려보내네
녹색 절벽 아래로
흰 나비떼처럼
죽어가는 사랑의 말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천년동안 누구도 두드리지 않을 줄 알았던 문이
오늘 아침부터 울리고 있다. 처음에는 약하게.
이윽고 온 집안에 퍼지도록, 열어달라고
내가 들어가겠다고, 내가 왔다고
기다렸기에 이렇게 왔다고
두 귀를 막았지만
소용없었네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광대는 너희들을 웃기는 사람이 아니야.
너희 대신 웃는 사람이지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그대에게 바쳐온 삶이 끝났습니다.
후회없이 기쁜 삶이었습니다.
제 유품을 바다에 뿌리시고
육신은 제단에 올리십시오.
제 기억을 양식으로 하시고
혼은 후손을 지키게 하십시오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천 그루 포도나무 밭에
만 송이 포도가 열리고
십만 알의 포도가 영글고
백만 개의 씨앗이 익어
그 씨가 떨어진 곳마다
새 나무가 움트고 자라나
천 개의 밭이 일궈지면
백만 그루 포도나무 아래
천만 송이 포도가 열리고..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엉킨 실은 아주 풀기가 어렵지
오늘 기적적으로 풀어져도
내일부터 다시 엉키겟지.
그렇다고 풀지 않을 순 없는 거지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이 꽃이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?
오늘 지기 때문입닌다.
이 아이가 왜 사랑스러운지 아십니까?
내일은 커버리기 때문입니다.
이 이야기가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?
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그것은 당신의 약속이었지만
이제는 내 약속입니다.
그것은 당신의 맹세였지만
이제 내 맹세입니다.
당신이 준 과일을 받아먹고
즙을 마시고 자란
나는 당신의 아이입니다.
당신의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저 강이 품은 섬에 실 잣는 여인
낮에는 태양 아래 물레질하고
밤에는 달빛아래 실을 빗는다.
물들인 실은 두 가지 빛깔
흰 실은 운의 실, 붉은 실은 피
실의 끝은 아무도 알 수가 없네.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압생트 빛
그보다 찰랑이는 녹색
심장 속에서
꼬리 한 번 치고 달아나는
남쪽 물고기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불이 꺼지고
자리에서 일어나
찾아보았지, 그대가 있던 자리.
아무도 없고
빈 의자만 남았네.
가버렸을까, 내 연주 들었을까
알 수 없지만
허리 굽혀 정중히
인사했다네, 그대 있는 것처럼
그게 내 최선
이제 물러나
무대 뒤로 내려가
사라집니다, 그대가 사라졌듯
내게 남은 건
그대에게 들려준
나의 마음 뿐, 줄 수 있는 모든 것
담은 노래 뿐
- 룬의 아이들 데모닉
다시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.
어느새 접어든 평야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. 왜 이렇게 어두울까, 누구의 눈에도 띄고싶지 않은 그를 숨겨주려 그런 것이리라. 달빛도, 별빛도, 왜 이리 흐릴까. 알고 있던 것을 모두 잊고 다시 처음부터, 하나씩 새로이 알아가라는 것처럼.
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랐으나 돌아설 수 없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. 두려웠으나 동시에 두려워하지 않았다. 껍질을 벗어버린 듯 홀가분 했지만, 동시에 남기고 온 것들이 마음에 걸렸다.
다시 혼자였다. 그러나 전보다는 성장해 있었다.
아주 오래 달려나갈 것이다. 이 길이 어디로 가 닿든 간에.
어둡지만, 어두워서 더욱 모든 것을 감싸줄 것 같은 밤 속으로.
빛 없는 밤을 뚫고서.
- 룬의 아이들 윈터러
"때로는 목숨보다 중한 것도 있습니다. 때로는, 죽어도 죽지 않는 자도 있습니다."
- 룬의 아이들 윈터러
"무척 아름다울 것 같아요. 손바닥 안의 노을처럼, 물 속의 붉은 조약돌처럼...따뜻하고 곱겠지요."
- 룬의 아이들 데모닉